남녘에 봄이 오면 훈풍을 따라, 해안선을 따라 온통 꽃잔치가 벌어진다.
30여만그루의 벚나무로 둘러싸인 진해.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면 진해는 군항제 물결로 출렁인.
열흘간 벚꽃잎이 흩날리는 환상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150만명이 모여든다.
이 기간엔 해군도 부대 문을 활짝 열고 관광객을 맞이한다.
서울, 부산, 창원에서 벚꽃터널을 지나 진해로 들어오면 방사선 모양으로 뻗은 진해 시내 도로 등 곳곳에선 축제가 기다린다.
축제는 3월30일 오후 중원로터리에서의 전야제 겸 개막식으로 시작되며 중원로터리 주변은 차없는 거리로 지정돼 관광객들이 마음껏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중원로터리 특설무대에선 안젤루스 합창단 공연과 해군 의장대 시범, 중국 정통서커스 공연, 어린이 국악단 동강생이 공연, 불꽃 쇼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해군은 벚꽃이 활짝 핀 진중로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헌병기동대와 군악대, 의장대 등이 나서 축제기간 내내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평소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뽐낸다.
개막식에 앞서 공설운동장 상공에선 공군 블랙이글 에어 쇼가 벌어지는데 전투기 5대가 공중에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연속 회전비행을 하면 관광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주말인 4월 2일에는 충무공 추모대제가 북원로터리에서 열리고 특설무대에서의 제례 봉행에 이어 태평무, 사물놀이, 의장대 시범 등이 잇따른다.
원래 군항제는 한국전쟁 기간인 1952년 4월13일 진해 북원로터리에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우고 추모제를 지낸 것이 시초였다.
국내에 이충무공 동상을 세운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전쟁 와중에 이승만 대통령은 어렵게 확보한 청동으로 만든 동상 제막식 테이프 커팅에 직접 참여해 전쟁에 시달린 민초들에게 용기를 주려했다.
행사 8일째인 4월6일 오후 군항제의 하이라이트 이충무공 승전행차 행렬이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이 행사는 안골포 등 이충무공의 임진란 당시 진해지역 승전지와 함께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기리면서 당시 수군행차의 위엄있고 화려한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차에는 가장행렬 250명을 포함해 모두 670여명이 참가해 700ｍ가량 이어져 장관을 이룬다.
풍물패-경찰 선도차-해군 헌병기동대-국악예술단-대형 태극기.충무공정신선양회기-해군 군악대.의장대-전도(前導.행렬 인도)-큰 북-이충무공 영정-고적대-거북선-취타대-전군(前軍)-이순신장군-풍물패-후군-풍물패.
행렬은 공설운동장을 출발해 남원로터리-중원로터리-북원로터리-공설운동장으로 약 2㎞에 걸친 거리를 2시간에 걸쳐 돈다.
행렬은 중간에 중원로터리에 멈춰 신명나는 농악놀이와 여성합창단 공연, 의장대 시범, 타악연주에 이어 간단한 제를 올린다.
올해는 행진 도중 거북선에서 화염과 염막을 발사해 구경꾼들의 눈과 귀를 더욱 즐겁게 할 참이다.
행사 주최측은 이 행차가 직접 참여하는 학생들이나 구경하는 사람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행사 기간 내내 시내 전역에선 임진왜란 때 군사신호용으로 쓰였던 신호연 전시회와 수석.우표 전시회에다 무용 택견 음악 미술 등 각 분야의 예술문화 행사와 학생들의 예술 경연대회 등이 끝없이 벌어진다.
해군 사관학교 연병장에서는 헌병기동대 퍼레이드가 매일 선보이고 학교내 거북선과 박물관 관람행사도 계속된다.
중원로터리 주변 등에 설치되는 풍물시장도 다른 지역 축제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여느 축제에서는 주최측이 대행사 등과 일괄 계약하다보니 바가지 시비가 끊이지 않고 무질서하지만 군항제에 입점하는 풍물시장 상인들은 주최측인 선양회와 개별 계약을 하면서 각서를 작성해야한다.
바가지 요금을 받거나, 위생상 불결하거나, 불친절하거나 등 준수사항을 2번이상 위반하면 즉시 제재를 할 수 있는 장치를 해놓아 이용 만족도가 높을 것이란다.
시내 곳곳의 관광지 가운데 최근 문을 연 해양공원을 제외하곤 입장료든 주차료든 전혀 받지 않는 것도 진해의 강점이다.
벚꽃 축제의 대명사로 불리는 진해 군항제엔 2003년에 119만명이 다녀갔고 지난해엔 135만명이 방문했다.
이는 진해로 통하는 주요 길목에서 공무원들이 교통량을 조사해 집계한 것인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한정한 것이어서 야간 방문객들을 포함하면 관광객은 150만명을 족히 넘는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벚꽃잎은 더욱 희게 빛나고 만개한 꽃잎은 밤을 가로지르는 바람에 하나 둘 눈송이처럼 소낙비처럼 쏟아지고
벚나무 아래에 선 연인과 가족은 진한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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